7년 전인 2007년 제26회 GS칼텍스 매경오픈. 2006년 아시안투어로 프로 데뷔한 박준원(28)은 자신의 첫 국내 대회를 공동57위로 마감한다. 만족할만한 성적표는 아니지만 ‘첫 국내 대회 컷 통과’란 선물은 달콤했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8년에 시드권자로 투어에 합류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카드를 잃고 군 입대를 했다. 2011년 군복무 중에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조건부 선수로 다시 투어에 입성한 박준원은 이듬해 2012년 제31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공동9위에 오르면서 새 전기를 맞는다. 상승세를 타면서 5개 대회 연속 ‘톱10’ 기록을 냈다. 다섯번 째 ‘톱10’이 바로 자신의 최고 성적인 KPGA선수권 준우승이었다. 이제 우승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 승리의 여신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11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골프장(파72·6348m)에서 벌어진 ‘한국의 마스터스’ 제33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일. 프로 7년차 박준원(28·코웰)은 챔피언조로 경기에 나섰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버디만 5개를 떨어 뜨리며 5언더파 67타를 기록해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47개 대회만에 차지한 첫 승은 ‘한국 최고의 타이틀’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박준원은 지난 해 총상금 8153만원(26위)보다 2배 이상 많은 2억원을 우승 상금으로 받았다. 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3위 상금(2160만원)을 합쳐 총 2억 2160만원으로 상금 선두로 올라 섰다. 이날 박준원의 우승 경쟁 상대는 3라운드 때 같이 공동선두에 나섰던 박상현(31·메리츠금융그룹)이었다. 2009년 2승을 거둔 뒤 4년 7개월 동안 우승을 추가하지 못한 박상현은 시작 전부터 “우승에 목마르다”며 잔뜩 벼르고 있었다. 이후 16개 대회에서 10위 이내에 들었지만 우승이 그를 외면하고 있던 터였다. 두 선수의 간절함은 긴박한 승부로 연결됐다. 11개홀까지 1타 차 이내에서 선두 바꿈이 일어 났다. 박준원이 1번홀에서 1.5m 버디를 잡자 박상현은 3번홀 5m 버디로 응수했다. 6번홀 버디로 다시 1타차 선두가 된 박상현은 8번홀 보기로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9번홀 1m 채 되지 않은 버디로 1타 차로 다시 앞서 나간 박준원은 12번홀 2m 버디를 떨구며 박상현을 2타 차로 따돌렸다. 한번 잡은 승기는 쉽게 놓지 않았다. 13번홀에서 박상현이 1.2m 버디를 잡으며 쫓아 오자 14번홀에서 1.5m 짜리 버디를 떨구며 다시 2타차로 달아났다. 승부는 15번홀(파4)에서 사실상 갈렸다. 박준원이 먼저 핀보다 3m 길게 쳐 내리막 버디 퍼팅을 남겼다. 박상현은 완벽한 아이언샷으로 1.2m 오르막 버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까무잡잡한 얼굴에 눈이 유난히 빛나 보이는 박준원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내리막 버디 퍼팅이 마지막에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지면서 홀로 사라졌다. 오히려 박상현의 버디 퍼팅이 홀 바로 앞에서 옆으로 비껴 버렸다. 남서울에서 가장 쉬운 16번홀(파5)에서 이변이 연출되기에는 3타 차는 너무 벌어져 있었다. 16번홀에서 18번홀까지 둘의 타수 변동은 없었다. 마지막 홀에서 챔피언 파퍼팅을 성공한 박준원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18홀 내내 빛을 내던 눈을 지긋이 감았다. 세계랭킹 70위로 한국 선수 톱랭커인 김형성(34·현대자동차)은 15번홀까지 6타를 줄이며 ‘8타 차 뒤집기’를 시도했으나 16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을 OB구역으로 보내며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2타를 줄이는 데 그쳐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15위에 만족해야 했다. 황중곤(22·혼마)과 이기상(28·플레이보이골프)이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3위에 올랐고 외국선수 중에서는 아시아 최고 장타자 스콧 헨드(호주)가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가장 좋은 성적(공동5위)을 냈다. 스콧은 12번홀(파4·332m)에서 티샷을 그린 앞 벙커까지 보낸 뒤 벙커샷을 그대로 홀인하면서 이글을 잡는 가공할 장타를 과시했지만 한국선수 10년 연속 우승을 저지하기에는 정교함이 부족했다. 기사제공 : 매일경제 오태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