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적으로 가서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더 타수를 줄인다는 공격적인 홀 공략으로 남은 경기에 임하겠다.” 9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파72·6348m)에서 열린 ‘한국의 마스터스’ 제33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 2라운드에서 홀로 선두에 나선 이경훈(23·CJ오쇼핑)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하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공격 골프’를 선언했다. 이경훈은 이날 버디 7개에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기록해 합계 10언더파 134타로 박준원(28)을 2타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2타 차 여유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보기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홀을 공략해 타수 차이를 더 벌리겠다는 것이다. 우승 경쟁을 펼칠 선수 중 한명이 아시아 최고 장타자 스콧 헨드(호주)라는 점도 이경훈을 자극한다. 헨드는 이날만 6타를 줄이는 선전으로 김우현(23)과 함께 공동3위(합계 7언더파 137타)에 올랐다. 이경훈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일본 무대에서 프로 데뷔를 한 탓에 국내 골프팬에게 조금 낯선 편이다. 2012년 JGTO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을 차지한 게 국내외를 통틀어 유일한 우승이다. 하지만 스스로 “내 골프 스타일은 공격적”이라고 할만큼 화끈한 플레이를 펼친다. 그가 직접 밝힌 애칭도 ‘인크레더블(믿을 수 없는)’이다. 미국 애니메이션 주인공과 닮아 붙여진 별명이지만 그의 플레이는 정말 ‘인크레더블’ 하다. JGTO 2012년 시즌에는 라운드 당 버디 획득수(4.01개)에서 5위에 올랐고 지난 해에도 10위(3.73개)를 기록했다. 지난 주 김형성(34·현대자동차)이 우승한 JGTO 더 크라운스에서도 마지막 날 데일리베스트인 66타를 치면서 단독 8위를 차지했다. 10번홀로 출발한 이경훈은 이날 잡은 7개의 버디 중 처음 나온 11번홀(파3) 버디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티샷이 15m나 커서 가까이 붙이기만 하겠다고 친 공이 내리막 라인을 타고 흐르다 홀로 쏙 들어갔다. 지난 해 4위를 차지하는 등 GS칼텍스 매경오픈과도 인연이 깊은 이경훈은 “한국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짧고 굵게 다짐했다. 오후 늦게 경기를 끝낸 박준원의 플레이는 이날 가장 화려했다. 9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았고 버디 7개에 보기 1개를 곁들였다. 이날 데일리베스트인 8언더파 64타를 친 박준원은 합계 8언더파 136타로 단독2위에 올랐고 박상현(31·메리츠금융)이 6타를 줄여 합계 6언더파 138타로 단독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해 아시아 지역 대회에서 3승을 거둔 스콧은 평균 310야드에 달하는 가공할 드라이버샷으로 10년 만에 외국선수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경훈과 마찬가지로 버디 7개(보기 1개)를 솎아 냈고, 13번홀부터 이어진 4개홀 연속 버디는 그의 장타 본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공동 3위로 올라선 국가대표 출신 김우현은 “아이언 샷이 좀 흔들려서 그린을 많이 놓쳤지만 숏게임을 잘 해서 타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이날 선전을 설명했다.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70위로 가장 높은 김형성은 이날 남서울CC 파5 홀의 심술에 망연자실했다. 4번홀(파5)에서는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페어웨이 밖 경사 쪽으로 내려 갔고 한 번에 탈출하지 못해 보기를 범했다. 이후 4개의 버디를 잡으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16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이 45도 이상 경사진 모래 속에 박히는 바람에 다시 보기를 범했다. 이 보기로 실망한 김형성은 나머지 17번(파3)과 18번(파4)에서도 잇따라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이날 이븐파 72타에 그친 김형성은 합계 2언더파 142타로 이동민 강성훈 등과 공동 19위로 밀렸다. 리더보드가 요동친 2라운드 결과 몰아치기에 능하고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단에 몰리면서 화끈한 ‘무빙데이’를 예고했다. 기사제공 : 매일경제 오태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