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파72·6348m) 18번홀(파4). 경사 심하고 까다로운 2단 그린으로 된 이 홀 핀은 이날 상단 제일 끝 쪽에 꽂혔다. 이 홀에서 지난 해 국내 남자골프 상금랭킹 29위에 머물렀던 무명 김승혁(28)의 8m 짜리 버디 퍼팅이 슬라이스 라인을 타고 흐르더니 사라졌다. 이날 이 홀에서 나온 6개의 버디 중 하나다. 김승혁은 이 버디 퍼팅 하나로 공동선두로 치고 올랐다. 몇 분 후 25세 때 처음 골프를 접한 ‘늦깍이 골퍼’ 최호성(41)이 이 홀 그린에 올라 왔다. 앞선 17개 홀에서 버디만 5개를 잡으며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의 두번째 샷한 공은 그린 하단에 머물렀고 10m는 족히 넘는 버디 퍼팅을 남겼다. 첫번째 퍼팅이 2.5m나 짧았고 파퍼팅 마저 실패한 최호성은 이날 첫 3퍼트를 하며 김승혁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2012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나가시마 시게오 초청대회에서 우승한 이경훈(23·CJ오쇼핑)도 단독선두를 달리다 역시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공동선두로 물러났다. ‘한국의 마스터스’ 제33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은 첫날 이변으로 시작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 중 지난 주 JGTO 더 크라운스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70위에 오른 김형성(34·현대자동차)만이 홀로 공동 12위로 분전한 가운데 김승혁과 최호성 그리고 이경훈이 예상을 깨고 공동선두를 형성하는 쾌조의 출발을 했다. 하지만 셋의 마무리는 달랐다. 이날 가장 어렵게 플레이된 이 홀에서 김승혁이 버디를 잡으며 기분좋게 끝낸 반면 최호성과 이경훈은 보기를 범하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김승혁은 지난 해 9개 대회에 출전해 세번 밖에 컷통과 하지 못한 무명 골퍼다. 작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때 거둔 공동2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이날 버디만 4개를 잡는 깔끔한 스코어를 내며 생애 첫 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날 버디 5개, 보기 1개를 기록한 최호성은 통산 세번째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최호성은 20세 때 공장에서 일하다 오른 엄지 손가락 한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아픔이 있다. 하지만 25세 때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골프장에 취직하면서 골프를 처음 접했고 1999년 세미프로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인 프로의 길을 걸었다. 2001년 국내프로골프(KPGA)에 입회했고 2008년 SBS 하나투어 챔피언십과 2011년 레이크힐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국내 2승을 거뒀다. 지난 해에는 원아시아투어 인도네시아 PGA 챔피언십에서 해외 첫 우승을 차지하며 만개하고 있다. 이경훈도 JGTO에서는 1승을 거뒀지만 국내 대회에서는 아직 정상에 서보지 못해 이름을 널리 날리지는 못했다. 18번홀이 아쉽기는 송영한(23·신한금융그룹)도 최호성이나 이경훈 못지 않다. 송영한은 이날 17번홀까지 버디만 5개를 잡는 선전을 펼치다 이 홀 더블보기로 발목 잡혀 3언더파 69타로 첫날을 마무리했다. 박성국 역시 이 홀 더블보기만 없었다면 단독선두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박성국도 3언더파 69타로 공동 4위를 달렸다. 지난 해를 비롯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준우승만 두번한 김형성은 이날 버디 4개에 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 공동12위로 무난한 첫날을 보냈다. 경기 후 김형성은 “작년 대회 마지막 날이 생일이었는데 준우승에 머물러 우울하게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월요일이 생일인데, 꼭 우승해서 기쁘게 보내고 싶다”고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또 대회 첫 3승에 도전하는 ‘남서울 괴물’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는 이날 오전 일찍 출발한 탓에 쌀쌀한 날씨에 샷 감각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마지막 3개홀에서 2타를 줄이며 언더파(1언더파 71타) 대열에 들었다. 지난 해부터 오래된 스윙을 교정하고 있다는 김경태는 2007년과 2011년 대회 세번째로 2승을 달성한 바 있다. 희비가 갈렸지만 대회 첫날 성적만 놓고 보면 누구도 우승자 얼굴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두 3명에 1타 차 공동4위 8명. 게다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12위에도 10명이 몰려 있다. 선두와 3타 밖에 차이 나지 않는 1언더파 71타 공동 22위도 무려 13명이다. ‘한국의 마스터스’는 이제 막 ‘혼전의 1라운드’를 치렀을 뿐이다. 기사제공 : 매일경제 오태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