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12. 8. 13

개소세 감면안은 당연한 정책(김덕상 생활체육위원회 부위원장)

정부가 해외골프 관광수지 역조 개선을 위해 골퍼들에게 부과했던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감면안을 확정 발표했다. 골프계의 오랜 숙원이어서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왠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처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 방침을 골프계를 위한 시혜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이미 오래 전에 바로 잡았어야 할 당연지사지 특별한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전에 싱가포르의 한 골프 마니아에게 국내 골프 여행을 안내한 적이 있었다. 싱가포르 골프 전문 여행사에 의뢰했으나 한국은 비용이 너무 비싸 자기들은 상품을 판매하지 않다며 지인을 통해 나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제주도에서 2박 3라운드, 서울에서 1박 1라운드의 프로그램을 짜주었고 그들로부터 감사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좋은 코스에서 라운드는 잘했지만 한국을 다시 찾아 오겠다는 말은 내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중국이나 동남아 리조트의 3배가량의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린피와 카트비를 합쳐 8만원 수준이면 세계 각국의 웬만한 골프장에서는 라운드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첫 홀 티샷도 하기 전에 약 8만원이 즉시 발생된다. 개별소비세 2만여원, 골프카트비 2만~3만원, 캐디피 약 3만원이니 다른 나라 골프장에서 하루를 즐기는 금액이 한국에서는 입장과 동시에 발생하� 꼴繭� 골프의 국제관광 경쟁력은 전무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골프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골프를 사치성 스포츠로 간주하는 정부의 시대착오적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우승자에게는 군 면제혜택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중인 최경주와 박세리 선수에게는 훈장까지 수여하면서 골프가 사치 운동이라며 카지노의 5배, 경마장의 20여배에 달하는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게 과연 이치에 맞는 걸까. 

영국에 출장 갔을 때 런던 인근 골프장에서 은퇴 노인들이 라운드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참 부러운 광경이아닐 수 없었다. 얼마 전 국내 모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퇴직한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 귓가를 맴돌아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는 "가슴이 시리지만 이제 골프는 접어야할 것 같네. 주중에 총 비용이 10만원 정도만 되더라도 한 달에 한 두 번 그리운 친구들과 만나 라운드도 하고 참 행복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목격한 영국의 노인들처럼 할아버지가 손자와 어울려 라운드 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볼 수 있을까. 필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우선은 정부의 정책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개소세 감면에 이어 중과세로 부과되고 있는 재산세 등을 스포츠 시설에 걸맞은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특히 이번 조치로 타격을 입게될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 회원권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큰 부담 없이 골프장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골프장과 골퍼들의 자구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특히 골프장은 주중에 한해 골프 카트 사용과 캐디 동반을 선택제로 실시해야 한다. 비용 절감 요인이 발생해 신규 골퍼의 유입과 해외 골퍼 유치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 운동을 체계화하고 캐디와 골프카트 사용 없이도 신속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골프 문화를 구축하려는 골퍼들의 마음가짐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김덕상(사)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겸 대한골프협회 생활체육위원회 부위원장(2012년 08월 12일자 파이낸셜 뉴스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