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5의 16번홀. 박상현(29·메리츠금융)의 두번째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더니 나무를 맞고 카트도로 옆에 떨어졌다. 나무 사이로 세번째 샷을 한 박상현은 핀 1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나무에 맞지 않았다면 OB가 날 위기에서 행운의 샷으로 버디를 잡은 것이다. #2. 경사가 심한 2단 그린으로 악명 높은 18번홀(파4). 김비오(22·넥슨)의 두번째 샷이 위쪽 그린 옆에 떨어졌다. 경사를 탄 공이 홀에 빨려 들어 가지 않는다면 도저히 핀에 붙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속도가 붙은 공은 핀을 정확히 맞히더니 홀로 사라졌다. 만약 핀에 맞지 않았다면 족히 5m 이상 내려 갔을 속도였다. 보기 위기에서 버디가 나온 것이다. ‘한국의 마스터스’ 원아시아투어 제31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이 ‘이변의 주인공’을 예고하고 있다. 11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파72)에서 열린 대회 둘쨋날 선두권을 휩쓴 선수들은 한국의 젊은피들이다. 박상현이 단독선두에 나섰고 김비오와 강경남(29·우리투자증권)이 1타 차로 뒤를 쫓고 있다. 이승호(26·에쓰오일)도 공동4위에 올라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날 버디 4개,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7언더파 137타를 기록한 박상현은 “전반적으로 샷이 좋지 않았지만 운도 따르고 경기도 잘 풀려 선두에 나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번홀 보기 후 9개 홀에서 지루한 파행진을 했던 박상현으로서는 샷이 좋았다고 하지 못했을 것이다. 11번홀(파3) 버디 후 14번홀(파5)에서도 티샷이 썩 좋지 않았으나 나무 밑에서 친 두번째 샷이 좋아 버디로 연결할 수 있었다. 16번홀 버디는 행운이 없었다면 적어도 보기 이상을 했을 위기였다. 두번째 샷이 나무를 맞고 OB가 나지 않은 덕에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 박상현은 경기 후 “나무를 맞은 것도 몰랐다. OB 지역으로 나간 것 같았는 데 가봤더니 살아 있더라.”고 했다. 박상현은 마지막 홀에서도 1m 짜리 버디를 잡았다. 운이 좋기는 이날 3타를 줄여 합계 6언더파 138타로 공동2위에 오른 김비오도 마찬가지다. 15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단독선두를 질주하던 김비오는 16번홀에서 안전하게 3번 우드로 티샷했지만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OB가 났다. 결국 6번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김비오는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이후 김비오는 만회해 보려고 욕심을 내다 다시 위기를 맞았다. 18번홀 2단 그린 위쪽 프린지에서 김비오는 “이 것은 도저히 붙일 수 없는 퍼팅”이라고 생각했지만 정확히 핀에 맞은 공은 홀로 빨려 들어갔다. 첫날 공동선두였던 강경남이 이날 2타를 줄여 김비오와 함께 합계 6언더파를 기록했고 이날 3타를 줄인 이승호는 합계 5언더파로 개릿 사프(미국)와 기타무라 고이치(일본)와 함께 공동4위를 달렸다. ‘남서울 괴물’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는 하루 종일 샷 난조에 시달렸다. 이날 김경태의 그린적중률은 28%에 불과하다. 18개 홀 중 다섯 홀에서 레귤러 온을 시켰다. 2010년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상금왕에 오를 때 페어웨이 안착률 2위, 그린 적중률 1위를 기록한 그의 컴퓨터 샷이 무색할 확률이다. 이 샷으로 이븐파 72타를 친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합계 2언더파 142타를 기록한 김경태는 선두에 5타 뒤진 공동18위에서 역전승을 노리고 있다. 2오버파 142타로 컷이 결정된 이날 예상 못한 탈락자가 나왔다. 2010년 챔피언 김대현(24·하이트)과 31회째 매경오픈에 출전하고 있는 ‘남서울의 사나이’ 최상호(47·카스코)다. 지난 해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쳤던 김대현은 이날 3타를 잃어 합계 5오버파로 컷탈락했고 최상호도 이날 72타로 분전했으나 전날 부진(5오버파)을 만회하지 못하고 김대현과 같은 순위에 머물러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첫날 홀인원에 이어 둘쨋날 앨버트로스가 나오는 등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는 남서울CC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골프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기사제공(매일경제 오태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