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이 좌우로 흔들렸다. 첫 홀에서는 똑바로 날아가는 듯 하더니, 2~4번홀은 왼쪽으로 감겼고, 5번홀에서는 오른쪽으로 밀리는 샷이 나왔다.” 31회째를 맞은 원아시아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 사상 최초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남서울 괴물’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 얘기다. 10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파72)에서 열린 대회 첫날 김경태는 불안해 보였다. 두번의 매경오픈에서 5타 차(2007년)와 8타 차(2011년)로 우승했고 남서울에서 열린 2006년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는 15타 차이로 우승했지만 이날 김경태는 무척 힘겨운 라운드를 해야 했다. 2언더파 70타 공동16위. 엄청난 샷 난조 속에서 거둔 성적으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스코어다. 김경태 스스로도 “샷이 엉망이었다. 이 정도 스코어가 나온 것에 너무 만족한다”고 할 정도였다. 김경태의 장기는 자로 잰 듯한 컴퓨터 샷이다. 김경태는 2010년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상금왕에 오를 때 페어웨이 안착률 2위, 그린 적중률은 1위를 기록했다. 대회장 남서울CC에서 김경태만큼 화려한 성적을 낸 선수도 없다. 우승할 때마다 2위와 큰 격차로 우승해 ‘남서울 괴물’이란 무시무시한 애칭이 따라 붙었다. 하지만 이날 김경태의 ‘컴퓨터 샷’은 온데 간데 없었다. 첫 버디를 잡은 4번홀(파5)에서도 자칫 나무 숲을 지나 언덕 밑으로 떨어질 뻔 했다. 하지만 공은 왼쪽으로 감겼으나 아슬아슬하게 카트도로에 떨어져 굴렀고 오히려 거리 이득을 봤다. 그리고 나선 두번째 샷을 아이언으로 그린 앞까지 보낸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이 버디 후 곧바로 5번홀(파4)에서 티샷을 오른쪽 언덕 쪽으로 보내더니 보기를 범했다. 6번홀에서도 보기를 한 김경태는 7번홀에서 버디로 만회하는 듯 하더니 다시 13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이때까지 1오버파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경태에게는 아무리 샷이 흔들려도 남서울에서 살아 남는 법을 알고 있었다 . ‘버디 홀’로 통하는 14번(파5)-15번(파4)-16번(파5)홀을 3연속 버디로 연결했고 순위를 상위권으로 ‘확’ 끌어 올렸다. 김경태가 대회 2연패를 향해 순항(?)한 대회 첫날 리더보드는 ‘혼돈’ 그 자체였다. 4언더파 68타 공동 선두 8명, 1타 차 3언더파 67타 공동 9위 7명, 선두에 2타 뒤처진 2언더파 70타(공동 16위)에도 무려 12명이나 포진했다. 71타(공동 28위) 명까지 합하면 선두에 3타 이내에서 언더파를 친 선수가 무려 44명이나 된다. 리더보드에는 2000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역전노장 강욱순(45)을 비롯해 국내 남자 무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허인회(25), 강경남(29·우리투자증권), 박상현(29·메리츠금융) 등 한국 선수 4명과 칼름 리처드슨(호주), 기타무라 고이치(일본), 후 무(중국), 개릿 사프(미국) 외국선수 4명이 사이 좋게 공동 선두 자리를 공유했다. 지난 해 국내 상금순위 2위 박상현도 첫날 4타를 줄인 상승세를 이어 우승을 넘보고 있다. 화끈한 플레이로 ‘한국의 필 미켈슨’이라는 소리를 듣는 박상현은 이날 버디 6개(보기 2개)를 잡았다. 선두에 1타 뒤진 3언더파 69타 대열에도 쟁쟁한 우승후보들이 많다. ‘매경오픈 챔피언 클럽’ 출신 신용진(48,볼빅)과 황인춘(38)을 비롯해 김비오(22,넥슨)와 김우찬(30)도 리더보드 선두권에 올라 있다. 이들 중에서는 2011년 ‘루키’로 PGA투어에 데뷔해 성적부진으로 시드를 잃었지만 지난해 원아시아투어 난산 차이나 마스터스 우승으로 가능성을 인정 받은 김비오의 스코어가 눈에 띈다. 10번홀로 출발한 김비오는 11번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5,16,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후반 5번홀 버디 후 7번홀에서 더블보기로 흔들렸으나 8,9번홀 버디로 다시 타수를 만회했다. 빠른 그린과 코스 곳곳에 숨겨 있는 함정 때문에 인내심이 특히 필요한 남서울CC에서는 김비오 같은 침착한 선수가 우승할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 해 강경남과 함께 시즌 2승을 거둔 상금 3위 홍순상(31,SK텔레콤)도 1언더파 71타로 무난한 출발을 했고 반대로 31회 째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최상호(57)는 5오버파 77타로 부진해 컷 통과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몰렸다. 기사제공(매일경제 오태식기자)